제옥스 남성 로퍼 레이탄(LEITAN) 체험기
  • 이여사
  • 승인 2018.02.12 07:40
  • 호수 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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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7년차가 됐지만 여전히 살림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아마도 아주 오랫동안 살림과는 안 친해질 것 같은 주부. 아무래도 직장인이기에 그렇다고 스스로 위안 삼는다. TV홈쇼핑 채널과는 진짜 안 친했으나 이번 연재를 기회로 제대로 홈쇼핑을 완전정복 해보겠다며 복숭아나무와는 아주 먼 곳에서 결의를 다졌다.
ⓒ제옥스<br>
ⓒ제옥스

구두 밑에서 따그락 따그락 말발굽 소리가 난다 구두를 벗어보니 구두 뒷굽에 구멍이 났다 닳을 대로 닳은 구두 뒷굽을 뚫고 들어간 돌멩이들이 부딪치며 걸을 때마다 창피한 소리를 낸다(중략) -손택수 시, <구두 밑에서 말발굽소리가 난다> 중에서

발소리로 기억되는 사람이 있다. 남편과 처음 만났을 때 그랬다. 터벅터벅하는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그 시간동안 달콤하지만은 않았을 그 사람의 인생 이야기처럼 들려왔다.

처음 만나기로 한 대학로에서, 아니 그동안 만난 수많은 다른 사람 걸음걸이에서는 듣지 못했던 소리였다.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두 번째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또다시 그 소리를 들었다. 남편은 따그락 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너무 많이 돌아다녀서 닳은 운동화의 뒤축은 그저 터벅터벅 소리를 냈다. 그렇다고 느릿느릿하지도 않았다. 꽤 성실한 소리였다.

결혼 선물로 새 운동화와 새 구두를 남편에게 사 주었다. 남편은 내가 결혼 선물로 사준 구두를 신을 일 은 별로 없었다. 거의 1년마다 한 켤레의 운동화를 갈아치울 동안 말이다. 정장을 입고 다닐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이사 준비를 하면서 신발장을 정리했다. 8년만이었다. 오래된 남편의 구두가 그냥 안쓰럽게 보였다. 새 신도 세월이 가면서 신발장 속에서 그냥 낡아가고 있었다.

 

ⓒ제옥스<br>
ⓒ제옥스

 

이태리 장인이 만들었다고

힘들었던 2017년을 떠나보내고 나서인지 헛헛한 마음에 오랜만에 남편에게 줄 선물을 찾았다. 마침 홈쇼핑에 볼 넓은 남편 발에 딱일 것 같은 구두가 보였다.

가끔씩 보였던 ‘제옥스’라는 브랜드였다. 제옥스는 이태리 브랜드로 유럽, 미주, 아시아 지역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태리 최고의 슈즈 브랜드라고 한다.

제옥스를 설립한 마리오 모레티 폴레가토가 오랜 가업인 와인업에 몰두하던 어느 90년대 초반, 관련 산업 세미나 참석차 미국 네바다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평소에 즐기던 조깅을 하던 중 신발 안에서 열과 땀으로 심한 고통을 느끼고, 신발창에 몇 개의 구멍을 냈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아니었단다.

이것이 계기가 돼 이탈리아로 돌아오자마자 자기가 느꼈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4명의 투자자와 함께 제옥스를 만들었다고 한다.

제옥스의 생명은 믿거나 말거나, 구멍난 신발창과 ‘엠브레인’이라는 얇은 특수막에 있다고 한다. 엠브레인은 제품 바닥의 구멍을 통해 밖으로부터 유입되는 물은 차단하고, 신발 안쪽에서 발생한 과도한 열과 땀을 흡수해 밖으로 방출하는 독특한 기능이라고 한다. 20여 가지의 방수 테스트를 통해 인증된 제옥스만의 기술이라고 한다.

그래서 발을 항상 쾌적하고 건강한 상태로 유지시켜 준다고 한다. 브랜드 스토리도 나름 재밌다.

 

ⓒ제옥스

설명에 따르면, 제옥스의 남성 로퍼는 질 좋은 천연가죽으로 제작된 슈즈로 내구성이 좋은 모카신(부드러운 가죽으로 만든 납작한 신. 원래 북미 원주민들이 신던 형태) 제법으로 만들어져 신을수록 발이 편하며 발의 피로도가 덜한 가벼운 경량 슈즈라고 한다. 양 사이드의 밴드로 신고 벗기에 불편함이 없으며, 발볼이 넓게 디자인 돼 누구나 편하게 착화 가능한 컴포트 남성화라고 한다.

상품 평을 찾아봤다. 가죽이 조금 얇은 느낌이 난다는 단점 이외에 사람들은 심플한 디자인, 편안한 착용감을 장점으로 꼽았다. 발볼이 넓고, 발등이 높다는 평도 많았다. 양복에도, 그냥 캐주얼에도 무리 없이 신을 수 있는 디자인이었다.

ⓒ제옥스

남편의 발을 편안하게 해 줄 것 같았다. 이제는 사이즈 선택이 문제였다. 신발이든, 옷이든 제품마다 사이즈가 조금씩 다르다. 남편 발 사이즈는 265에서 270 사이지만, 이 제품은 해외제품이라 한국사람 치수와는 다를 것이다.

물론 홈쇼핑에서 구매한 것이어서 사이즈를 교환할 때에도 무료이니 교환 비용을 크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사이즈 교환 없이 처음부터 남편 발에 딱 맞는 제품을 바로 구입하고 싶은 것이다.

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남편 사이즈는 265인데 이 제품은 265 사이즈가 나오지 않는다. 이럴 때에는 다른 사람들 상품 평을 꼼꼼히 읽어보는 것이 정답이다. 평을 읽어보니 감이 왔다. 이 신발 자체가 크게 나왔고, 어떤 사람은 두 사이즈나 밑으로 신었다고 하니 발 볼 넓은 남편은 260이 딱 일 것 같았다. 쇼호스트는 정사이즈를 사라고 했는데 사 보니 너무 크더라는 평을 보고 더 확실해졌다.

블랙, 다크 브라운, 스웨이드 브라운 중에서 고르는 것도 쉽지 않다. 다크 브라운을 고른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아서 그걸 골랐다.

 

 

매진…매진, 무조건 쟁여야 한다

2017년 1년 동안 정말 많은 홈쇼핑 제품을 구매한 것 같다. 나름 진짜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인지 고민하고, 구매를 했다고 생각한다. 홈쇼핑 쇼호스트들은 어찌나 말들을 잘 하는지 늘 방송에는 ‘이 가격에는 없는 물건’들만 나왔다. 화면에는 매진매진 자막이 뜨고, 쇼호스트는 무조건 ‘쟁여야’ 한다고 압력을 가한다. 그 조금은 ‘달콤한’ 압력은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지친 내 마음을 위로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다 보니 1년 동안 너무 많은 물건이 내 소유가 된 것이다. 새해 첫 홈쇼핑 구매. 나 아닌 다른 이를 위로하기 위한 구매다. 기다리는 동안 더 즐거웠다.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걸로 2018년 1년 동안 남편의 생일이든 결혼기념일이든, 크리스마스든 굳이 더 선물을 준비 하지 않고 끝을 맺어도 된다. 홍홍홍.

역시 홈쇼핑 물건답게 재빠르게 배송됐다. 특히 이 쇼핑몰 배송기사님은 유난히 친절한 멘트의 문자를 보내주고, 혹시라도 문 앞에 물건을 두고 갈 때면 문 앞에 놓인 상품 사진까지 찍어서 보내주신다. 그래서 물건 구매가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남편 발, 남편 마음에 꼭 맞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상자를 열었다. 연초라서 술 약속을 줄이고, 조금 일찍 온 남편에게 잠깐 기다려보라고 했다.

ⓒ이여사

나와 다르게 물욕 없는 남편은 자기는 필요 없는데 왜 이런 것을 샀냐고 한다. 그러면서도 얼른 신어 보라는 내 재촉이 그리 싫지는 않은 얼굴이다.

구두를 꾹꾹 눌러보더니, 편할 것 같다고 한다. 내가 반품할까, 말까 하는 물음에도 귀찮아하지 않고, 바로 반품하지 말라고 한다.

기분 좋아진 남편이랑 다시 한 번 새해 계획을 세워 보았다. 남편은 폭음 후 새벽 귀가를 절대 하지 않겠다고 했고, 나도 돈을 더 아껴 쓰고, 필요 없는 물건은 바로바로 비우겠다고 했다. 그리고 건강관리를 위해서 꾸준히 운동을 하기로 약속했다.

지나간 2017년은 남편도 나도 갑자기 만난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질 때가 종종 있었다.

2018년 남편이 새 구두를 신고, ‘빈 주머니에 빈손을 감추고 걸어가는 동안, 그만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이럇, 뒷굽을 치며 갈기를 휘날(손택수 시, <구두 밑에서 말발굽소리가 난다> 중에서)리기’를 바란다. 나도 남편 발자국 소리에 더 귀 기울이며, 좀 더 힘내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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