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망설이는 한 가지
  • 이여사
  • 승인 2017.11.29 17:20
  • 호수 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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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에스떼 퓨어 캐시미어 100 니트 구매기

주부 7년차가 됐지만 여전히 살림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아마도 아주 오랫동안 살림과는 안 친해질 것 같은 주부. 아무래도 직장인이기에 그렇다고 스스로 위안 삼는다. TV홈쇼핑 채널과는 진짜 안 친했으나 이번 연재를 기회로 제대로 홈쇼핑을 완전정복해보겠다며 복숭아나무와는 아주 먼 곳에서 결의를 다졌다.
 

“매튜는 말이 어눌하다. 어느 정도냐면, 앤에게 선물할 ‘퍼프 소매 원피스’를 사기 위해 샤롯 시내의 양품점에 가지만 결국 여점원 앞에서 말을 하지 못해, 엉뚱한 농기구와 씨앗만 잔뜩 사들고 올 정도다. 앤에게 또래 여자아이들처럼 예쁜 옷을 선물해주고 싶은 마음에 매튜는 결국 마릴라 몰래 린드 부인에게 부탁한다.”
- 백영옥,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중에서

가을, 겨울은 니트의 계절이다. 얇은 티셔츠나 블라우스 대신에 보온성을 발휘하는 옷. 또 가을부터 꺼내 입기는 하지만, 니트는 겨울이 돼야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특히 코트나 패딩 속에서 말이다. 가을에서 초겨울이 되기 전 늘 망설이는 한 가지, 캐시미어 니트에 대한 욕심. 캐시미어 니트는 말하자면 ‘니트계의 김연아, 니트계의 명품’. 최하가 10만원 상당
의 가격부터 시작인 옷이다. 어쩌면 사치인 듯하다. 일단 캐시미어 니트의 좋은 점은 가볍고 부드럽고, 보온성이 높다는 점이다. 물론 드라이클리닝을 보내거나 중성 세제로 관리해야 하는 관리의 어려운 점도 있지만, 두껍고 뻣뻣한 일반 니트와는 다르기에 가볍고 포근한 느낌을 느끼고 싶었다. 제대로 된 캐시미어의 감촉과 윤기를 느끼고 싶다면 캐시미어가 최소 30% 이상 들어가야 한다. 몇 십 만원대 고가의 100% 캐시미어를 입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지만 ‘사까마까병’의 망설임은 올해도 또 시작됐다. 빨강머리 앤의 매튜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 나에게 캐시미어 니트를 선물해줬으면 좋겠다.

홈쇼핑에 코 박고 앉아 시작한 새벽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서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난 어느 날, 하나하나 일처리를 해가며 서두르다가 캐시미어 니트 홈쇼핑 방송을 생방송으로 봤다. 왜 다른 시간도 아닌, 새벽 5시에 주부를 겨냥한 방송을 하는지 온몸으로 이해하면서 말이다. 아침 준비하며 서두르는 주부가 잠깐 숨 돌리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홈쇼핑.
다니엘 에스떼는 일단 프랑스 브랜드이다. 쇼호스트의 설명으로는 프랑스의 한섬(여성복 중 디자인이 좋고, 고가에 속하는)과 같은 브랜드라고 한다. 또 이번 상품은 베이직하지만 세련된 디테일이 우아한 니트라고 한다. 소프트한 착용감에 발맞춰 은은한 볼륨감과 여유로운 실루엣 실용성과 활용도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하면서 꾸준히 입을 수 있는 아이템. 캐시미어의 고급스러운 조직감 때문에 청바지, 치마, 정장 바지 등에 다 어울리는 옷이라는 것이다.
너무 따뜻해서 목까지 올라오는 롱 터틀넥(목이 긴스웨터)이 필요 없다며 이 옷이 목의 절반까지 올라옴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소매 부분도 헤링본(물고기의 뼈 모양 혹은 화살의 끝 모양)을 여러 개 짜 맞춘 듯한 무늬 스타일이고, 늘어지지 않는 처리가 훌륭하며 절대 보풀이 나지 않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캐시미어는 1년에 한 번 캐시미어 산양이 털갈이를 할 때 소량 채취할 수 있어서 희소가치가 매우 높은 소재라고 한다. 이 제품은 내몽고의 양털로 만들었다는 것. 내몽고의 한낮의 기온은 40도, 영하 30도로 일교차 70도를 이겨낼 수 있는 산양털. 쇼호스트는 내몽고의 11월, 12월 추울 때에는 따뜻하게 해주고, 때로는 알아서 시원하게 해준다는(?) 털이라, 믿거나 말거나 자동 온도 조절 옷이라고도 했다. 또 재생 캐시미어가 아니어서 좋다고 했다. 재생 캐시미어를 사용하면 구김이 생기고 탄력을 많이 잃는다는 것이 쇼호스트의 이야기. 한 번 사용한 캐시미어로 제품을 만든다고 하니, 그래서 이 제품에 ‘퓨어’라는 말을 덧붙인 것 같다. 어쨌거나 재생 캐시미어인지 눈으로 구별할 수 있는 차이는 털의 색깔. 재생 캐시미어는 원래의 색깔을 잃어서 염색 가공을 할 때에 옷 색깔이 깨끗하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총 기장은 67cm, 사이즈를 정할 때는 코트 속에 입으려면 몸에 맞는 사이즈로, 캐주얼하게 입으려면 넉넉한 사이즈로 구입하라고 친절히 설명한다. 쇼호스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여기에 나온 5가지 색깔 모두와 게다가 사이즈도 각각 다르게 구비해야 할 것 같다. 색깔은 웜 그레이, 스칼렛 와인, 블랙, 크림 핑크, 데님 블루다. 웜 그레이는 포근하고 부드러운 감각으로 편한 베이직 컬러로 활용될 수 있다고 하고, 스칼렛 와인은 도시적인 고급스러움과 차분하고 우아함을 연출한다고 한다. 블랙은 한밤중을 바라보는 듯한 색조로 샤프하면서도 깔끔한 모던 감각을, 크림핑크는 산뜻하고 깨끗한 이미지와 은은하고 여성스런 감각을 제공한다고 하며, 데님 블루는 시선을 사로잡는 세련된 매력과 젊은 이미지를 담고 있다고 한다. 특히 블랙 색깔의 캐시미어는 구하기 어려운 제품이란다.

캐시미어는 예로부터 왕이랑 귀족, 교황이 입는다는 멘트와 함께 방송에서는 산양이 뛰어노는 장면이 나온다. 캐시미어 니트를 입으면 저 뛰어노는 산양이랑 친구가 된다는 쇼호스트의 멘트에 웃음이 난다. 쇼호스트는 심지어 삶의 소득이 높아지면 캐시미어 시장이 커진다는 분석까지 덧붙인다. 상품평은 500개가 넘게 달렸다. ‘가격만큼’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생각보다 얇다는 평도 상당했다. 가볍고 얇으면서 따뜻하면 니트로써 최상의 갑인 것이다. 나는 이렇게까지 비싼 니트를 구입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가장 비싼 가격으로 고른 게 4만원 정도. 싼 게 비지떡이라고 싼 니트를 구입하고 1년 입고, 너무 많은 보풀 때문에 못 입은 적도 있고, 싸게 구입해서 좋았는데 디자인이 금세 바뀌어서 손이 안가게 되는 니트가 몇 개 있다. 물건 1개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물건 2~3개는 버려야 한다는데,과연 이 니트 한 벌을 구입하고 보풀 일어난 니트를 버릴 수 있을지, 개그맨 김생민의 표현처럼 그뤠잇한 선택인지 고민했다. 그것도 바쁘게 왔다갔다 일하는 바쁜 새벽에 말이다.
그래 이 정도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눈에는 일단 그레이, 와인, 블루 3가지 색깔이 들어왔다. 3파전이다. 그레이는 정말 평범한 듯하나, 고급스러워 보이고, 쇼호스트가 입고 있는 블루 색깔도 차가운 느낌이 안 들고 세련돼 보여서 좋았다. 그래도 예전부터 가장 선호하는 와인색이 눈에 더 들어왔다.
옷이 A라인으로 몸에 붙지 않고, 여유가 있어서 몸매가 바로 드러나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엉덩이를 덮는 길이도 좋았다. 나는 그저 ‘인생 니트’를 만나고 싶었을 뿐이다.


옷 두세 벌의 가격으로

 

치수가 넉넉하게 나왔다는 말에 가장 작은 사이즈로 구매하고, 배송을 기다렸다. 진짜 총알배송이었다. 바로 다음날 도착. 갑자기 비싼 가격의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것에 두근두근했다. 누군가는 와인색이라고 하지 않고 팥죽색이라고 하지만 나는 짙은 자주색(?)이 마음에 들었다.
평소 늘 상의는 3만원, 하의는 4만원, 외투는 5만원으로 상한가를 정해놓고 옷을 구매했는데 처음으로 그 선을 넘었다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늘 비싼 물건을 사면 자주 입거나 사용하지 않고 잘 보존하고 모셔두는 내 스타일을 이번에 확실히 바꿔야겠다는 것.
사람들이 남긴 평처럼 가볍고 맨살에 그냥 입어도 나쁘지 않았다. 팔은 좀 긴 편이었고 적당하게 맞는데 55반에서 66사이즈를 왔다 갔다 하는 나로서는 차라리 그 다음 치수를 구입해서 넉넉하게 입는 게 나을까 지금이 나을까, 정확한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이제 내 스스로 내게 선물한 새 니트를 입고 겨울 준비를 해야겠다. 남편이 매튜가 되면 좋으련만 아마도 니트 값을 알면 정말 눈이 휘둥그레질 게 확실하다. 얼른 택배박스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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